18년 만에 완성된 故신상옥 감독 미공개 유작
대한민국 영화계의 거장이었던 故신상옥 감독의 공개되지 않았던 75번째 작품 <겨울 이야기>가 드디어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2004년 촬영은 마무리 됐지만 신상옥 감독이 건강악화로 2006년 타계한 이후 완성되지 않은 채 남아있던 필름을 신상옥 감독의 아들인 신정균 감독과 조동관 촬영감독 등 후배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필름을 복원하고 편집하며 5년 간의 마무리 작업을 진행한 끝에, 18년 만에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게 故신상옥 감독의 아들 신정균 감독은 지난 10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 <겨울 이야기>의 시사회에서 "아버님의 작품 중 유일하게 개봉하지 못했던 작품이다. 아들이자 감독으로서 그 점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렇게 개봉하게 되어 너무 좋다. 아버지께서도 기뻐하실 풍경이다." 라며 벅찬 감동을 드러냈다.
인생의 마지막을 기다리며 붙잡는 사라져 가는 기억
故신상옥 감독은 1954년 영화 <악야>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했고, 1960년대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의 작품으로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국내외 영화제들을 휩쓸었으며, 1978년 납북되었다가 이후 탈출하기도 하는 등 극적인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선택한 마지막 영화는 노년과 돌봄,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화 <겨울 이야기>는 예고 없이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족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며느리(김지숙)는 시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충격 때문인지 시아버지(신구)는 집에 돌아오는 길을 잃고 배회하다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집에 돌아오는 등 갑자기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식탐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등 노인의 증상은 빠르게 악화되어 가고, 며느리 역시 남편과 마찬가지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를 돌보는 건 오로지 며느리의 몫이 된다. 여기에 노인이 자신의 아들과, 딸, 손자도 다 알아보지 못하는데 며느리만 알아보는 상황이 되자, 이 모든 상황은 며느리의 고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노인과 며느리가 겪게 되는 고통의 순간들은 가슴속에 큰 돌덩이가 있는 것 마냥 답답하게 다가왔다.
영화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 <겨울 이야기>는 넉넉하지 못한 제작비 사정으로 촬영 현장이 열악했었다고 한다. 특히 촬영지 근처에 식당이 없어서 식사는 매일 만두였다며, 떡만두, 칼국수만두 등 다양한 만두를 먹었었다며 배우 김지숙은 회상했다. 그럼에도 맛있는 만두였고, 특식으로 나왔던 통닭도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 김지숙은 신상옥 감독이 배우들을 너무 편하게 배려해 주었었다며, 힘들고 열악한 여건이었지만 너무 행복했던 현장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신정균 감독은 영화 <겨울 이야기> 제작과 관련해 어머니(배우 故김은희)가 하셨던 말을 떠올리기도 했다. 돈이 없고, 몸이 상할 수도 있으니 절대 이 영화를 찍지 말라고 하셨었는데, 아버지 신상옥 감독은 어머니 몰래 제작 준비를 하셨었다고 회상했다.
고령화 사회 노인 복지에 던지는 메시지
영화 <겨울 이야기>는 1970년대 일본 노인 복지제도의 근간을 바꾸고 '개호보험(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도입을 촉발시킨, 아리요시 사와코의 밀리언 셀러 <황홀한 사람>을 원작으로 한다. 이는 치매 노인을 간병하는 가족의 시선에서 돌봄에 대한 부담감, 사회적인 무관심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노년기 삶의 애환을 잘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그래서 영화 <겨울 이야기는> 점점 더 극심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노인에 대한 복지와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며느리 역을 맡아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를 돌보며 큰 고통을 겪었던 배우 김지숙은 "시대가 변해도 가족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영화 <겨울 이야기>는 그러한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라며 작품의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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