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스파이 액션 영화, 경성판 추리게임

영화 <유령>

이 안에 '유령' 있다!

영화 <유령>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과 그를 색출하려는 조선총독부의 치열한 사투를 그린 영화이다. 일본과 맞서 싸우는 조직인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이 활약하던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 경호대장 카이토는 흑색단의 총독 암살 시도를 눈치채고 이를 막기 위해 조선총독부 내의  유령을 잡으려는 함정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벼랑 끝 외딴 호텔 안 한 자리에 모인 4명의 용의자들을 향해, 카이토는 선전포고를 한다. "스스로를 증명하거나 다른 사람을 고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이 모든 함정을 계획하고 설계한 카이토와 이곳에 모인 4명의 용의자들. 첫 번째 용의자는 설경구가 맡은 역할로, 군인 출신의 일본 경찰에서 조선총독부 통신과 경찰관으로 좌천된 '무라야마 쥰지'이다. 그는 조선어와 조선 사정에 능통해 과거 주목받던 엘리트 군인이었다. 두 번째 용의자는 이하늬가 맡은 '박차경'이라는 역할이다. 박차경은 암호문을 기록하는 조선총독부 통신과 직원으로, 경성의 제일가는 재력가 집안의 딸이기도 하다. 세 번째 용의자는 박소담이 맡은 '유리코'라는 역할이다. 유리코는 조선인임에도 불구하고, 정무총감의 직속 비서 자리에 올라 조선총독부의 실세가 된 인물이다. 그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 성정을 지닌 야심가로 등장한다. 네 번째 용의자는 서현우가 연기한 '천계장'이다. 천계장은 총독부의 암호해독 담당자로 소심하지만 일본어와 암호체계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역할이다. 그리고 이 모두를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조선총독부 내 잠입한 '유령'이라는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함정수사를 설계하고 지휘하는 경호대장 '다카하라 카이토'. 이 역할은 박해수가 많았다. 영화 <유령>의 모든 배우들은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연기력으로 작품의 서스펜스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밀실 추리극부터 첩보 액션까지

외딴 호텔의 밀실에 호출된 5명의 용의자. 과연 유령은 누구일까? 영화 <유령의>의 원작은 마이지아 작가의 중국 소설 <풍성>이다. 여기에 <경성학교>. <독전>을 연출했던 이해영 감독이 연출을 맡아 원작의 스토리에 액션과 서스펜스를 가미해 장르물의 특성을 좀 더 강하게 만들었다. 이제 유령은 자신이 유령임을 들키지 않고 이곳을 탈출해야만 한다. 용의자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향한 의심이 피어나고, 유령마저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유령의 존재를 의심해야만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영화 <유령>은 전반부와 후반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조선총독부에 잠입한 유령의 존재를 알아내려는 카이토와 용의자들 사이의 긴장감뿐 아니라, 용의자들끼리도 서로를 의심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어 간다. 그러면서 유령의 윤곽이 점점 수면 위로 피어오른다. 후반부는 모습을 드러낸 유령이 일본군들을 처치하고 외딴 성을 탈출해 동료들을 구해내는 모습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휘몰아치는 역동적인 액션들은 보는 이들을 압도하게 만든다. 

세련된 항일 스파이 영화

항일과 친일이라는 시대적 대립 안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소재로 한 스파이 영화 <유령>. 그러나 영화 <유령>은 기존의 스파이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독보적인 세련미를 풍긴다. 캐릭터들 마다 강렬한 컬러의 의상을 채택해 각 캐릭터들의 고유한 특징을 극대화했고, 호텔 속 고풍스러운 미술작품, 강렬한 색감의 대비 등 치밀하게 계산된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배우 이하늬를 향한 호평

이해영 감독은 영화 <유령>의 시작부터 이하늬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박차경이라는 캐릭터가 시나리오의 첫 발을 떼는 단추였는데, 본능적으로 이하늬가 필요하다고 느껴졌다고도 말했다. 이하늬에게 허락을 구하지도 않은 채, 그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는 이해영 감독의 말에 이하늬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은 한껏 상승했는데, 영화 개봉 이후 이러한 감독의 기대가 들어맞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영화 <유령>은 배우 이하늬의 필모그래피에 가장 굵직한 획으로 남을 것 같다.